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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1]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인신클로스 다짜고짜 왔다는 일구 말 한마디 없이 제 얼굴로 하나의 화살이 날아와 그가 왔음을 짐작하였다. " 오셨는가 " 평화구역 외곽에서도 한참을 가야 나오는 제법 깊은 숲, 그곳에는 절벽 아래 탁 트인 공간이 존재했다. 아는 사람만이 알만한 곳이기에 몇몇 사람들이 수양을 하러 오는 곳이기도 하였지만 깊은 밤에는 사람이 존재할리가 없었다. 어두운 밤이라고는 하나 탁 트인 공간의 그다지 높지 않은 하늘에 띄워진 수많은 붉은 등으로 인해 주변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어떠한 장치도 없이 촛불을 안에 품고 있는 붉은 한지로 만들어진 등들은 마치 사람의 혼처럼 고요하게 밤하늘에 떠 있었다. 특이한 점은 하나 더 있었는데 하늘에는 붉은 등뿐만이 아니라 끄트머리에 방울이 달린 수십 개의 가면들이 함께 떠 다녔다. 웃는 표정,..
심우 마치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한 슌의 구겨진 얼굴에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깊게 그늘이 드러워진 채로 어이없어하는 그 얼굴을 보면서 놀림을 그칠 생각이 없던 자신인지라 그대로 농을 이어 나갔다. " 몰랐는가, 자네 내 기둥 서방이질 않는가 " " 몰랐네, 거절하겠네 " 성격 닮아서는 말도 간결하게 하며 딱 잘라 거절하는 것이 역시나 슌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술잔에 남아져 있는 술을 마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표정을 감상하기에 여력이 없었다. 이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가. 외형에서 풍기는 모습이 성격이나 그 사람의 인생을 가늠해 볼 수 있단 말이 있듯이 슌의 무뚝뚝해 보이는 외형만큼이나 표정 변화가 없는 그였기에 슌이 이런 재밌는 표정을 짓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반쪽 정신이 들었을 땐, 흐릿한 시야 사이로 늘 보던 익숙하고 편안한 천장이 아닌 낯선 곳의 천장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은근하게 풍기는 약재 냄새와 아련히 들리는 빗소리, 그리고 더불어서 멀리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자신이 신세 지고 있는 즈한의 집이 아님을 직감하게 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로 이송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던 찰나 곧이어 느껴지는 한쪽 눈의 통증으로 인하여 생각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한쪽밖에 보이지 않는 흐릿한 시야. 평소에 자신이 알던 감각이 아닌 다른 느낌이 느껴지는 한 쪽 눈. 타는 듯한 통증과 더불어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가 자신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뒤늦게 인지가 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사지의 감각은 심각할 정도로 둔탁하게 느껴지는데 눈의 ..
고뿔 색채가 점점 차갑게 변해가며 추워지는 날씨 만큼이나, 늦어지는 해의 출몰이 피부에 와닿는 기온을 쌀쌀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빛이라곤 사람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불빛만이 유일한 이른 새벽, 평소와 다름 없이 다른이들보다 일상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짙은 밤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마냥 새하얗다 못해 서늘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사람은 누구 하나 시킨것도 아닌데 침상에서 일어나 정갈하게 씻은뒤 여러겹이나 되는 옷들을 아무불만 없이 능숙하게 잘만 입었다. 신홍은 그 모습을 침상에서 제법거리가 있지만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이부자리에 누워 한가롭게 쳐다보고 있다 그가 옷을 다 입어 갈때쯤 어기적 일어나 마무리를 도왔다. "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렇게 사는 거 피곤하다 생각하지 않는가 자네 " 이리 생활 한..
불청객 " 오호, 못 생긴 서양 치안부장 안녕하신가! " " .... 즈한 " " 네 " 한 폭의 수묵화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면서도 단출하게 차려진 한 집무실에서 평화로운 오후 햇살이 비추는 것과는 달리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은 건장한 사내 한 명과 어여쁘지만 무표정한 지은 표정을 지은 사내 한 명, 그리고 시커먼 가면을 눌러 쓴 사내 한 명이 자리 잡고선 이상 기류를 풍기고 있었다. " 저, 누가봐도 식충이가 분명한 인간 해충은 누가 방에 들여 놓은 겁니까 " " 아니, 이보게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인간 해충이라니 " " 해충이 아니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 " 여러모로 목석 같은 자네 보다는 내가 이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만은 " " 그런걸 보고 사고 ..
몬헌 AU 렉스 & 알토 [4]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